왜 농촌은 도시를 위해 희생해야 하나요?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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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폐기물 처리를 위한 대구·경북지역 집담회 개최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올해 폐기물 데이터와 폐기물처리시설로 인한 갈등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공개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 강화를 위한 <웨이스트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2일 대구에서 “정의로운 폐기물 처리를 위한 대구·경북지역 집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논의 자리는 블루닷이 분석한 지역별 폐기물 처리율 평가 결과,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경북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지역의 현안을 진단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집담회는 고령, 경주, 대구, 안동, 포항 각 지역에서 참여하여 지역의 갈등 사례와 대응 활동을 공유하고 대도시와 중소도시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도시에서 밀려온 환경위험시설, 주민과 함께 대응하면서 조례 제정까지 

대구 가까이 고령군에서 참석한 곽상수 고령군 공동대책위원장은 지역의 위해 업종 밀집 공단과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해 발생한 환경피해,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응활동으로 지역의 조례를 바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고령군 한 면의 4개 마을 중 2개 마을에 100만톤 짜리 매립장이 있고 또 신규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4개 마을이 있다면 2개 마을에 벌써 100만 톤짜리 매립장이 매립이 되있고, 한 개가 지금 매립이 완료되어 있고 또 하나는 또 산단 이름으로 매립장을 만들고 있고요. (중략) 농촌 지역이 기본적으로 대도시 인근에 있으면서 대도시가 감당하기 힘든 산업시설을 군에서 유치하면서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폐기물까지 이제 다 받는 거죠.

실질적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양은 1년에 산업 폐기물량이 2만 톤이 안 되는데 근데 1년에 한 10만 톤을 매립을 하는데 이 10만 톤 양을 보니까 고령 발생량과 대구에서 생기는 산업 폐기물 양 합이면 똑같아요.그래 보면 결국 대도시가 부담해야 될 사회적 비용을 실질적으로 고령 주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거잖아요.


고령에서는 지역 내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7개 주민대책위원회가 모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지정폐기물 매립장 소송이 기각되었는데, 지역의 열악한 조건에서 외부 전문가의 지원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지역 환경문제 해결에 전문가 참여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주민과 지역 시민사회가 함께 뜻을 모아 구성한 고령군 공동주민대책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응 활동으로 2024년 9월 고령군 환경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였습니다. 조례는 시민사회 추천 위원이 참여하여 환경정책위원회를 구성해야하고, 군의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 환경 현안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고, 그 정보는 공개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환경정책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별도의 조례가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활동하는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눈 여겨 보아야 할 조례의 하나 입니다. 


지역에서는 폐기물 처리시설 사업자가 사업을 하겠다 신청을 하는 순간은 주민들은 정보가 없어요. 머를 한다 하는 정도만 알지 그게 어떤 건지 정보를 잘 모르잖아요. 이게 법원 결정이 나야만 정보를 알 수 있으니까 대응하기가 어려워요. 외부 조력자 참여가 중요한 거예요. 현장에서 어렵게 싸우다가 농본이라든지 전문가가 참여하면서 조례도 만들고 하면서 시설 입지 기준을 강화시키고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구조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익산환경정책위원회 조례를 보면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정책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해요. 우리 군 조례도 지역시민사회가 추천 하는 위원이 참여하도록 하고 위원회가 심의한 자료는 공개하도록 했지요. 이제는 심의를 했다 하면 그건 정보 공개가 되어야 합니다. 


안동, 문경, 봉화 인접한 경북 북부지역 모두 겪는 폐기물 갈등

안동에서는 2019년 의료폐기물 소각장 신규 시설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된 이후 소송으로 진행되면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2019년 문경은 시의회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장 반대 결의안 채택, 봉화에서는 4년 전 산업폐기물 소각장 허가를 추진하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이후 최근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다시 시도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옥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안동, 봉화, 문경 등 경북 북부권역 인접 시군에서 겪고 있는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유사한 갈등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안동에서는 의료폐기물 소각장 갈등이 발생했는데 사업자가 행정소송과 주민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중입니다. 주민에게 1억 5천만원씩 2명에게 청구를 했다고 해요. 문경에서도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갈등을 시의회에서 결의해 반대했고. 인접한 봉화에서는 430톤 규모의 소각장 입지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갈린 주민들 간의 갈등이 있었어요. 2020년 포기했다가 몇 달 전에 다시 규모도 더 크고 지정폐기물까지 매립할 수 있는 매립장으로 해서 가지고 왔어요. 


경북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갈등 사례를 소개한 후 도시를 위한 농촌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발생지 처리 책임에 대한 사회적 공론장을 통해 경제적 효율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 하고 이에 대한 합의 과정이 꾸준히 진행되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주민들은 건강에 대한 우려나 농산물 판로도 걱정하지만 경북은 폐기물 처리 능력이 충분하고 발생량이 적은데 왜 우리가 또 이 부담을 안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에요. 

폐기물 처리는 해야 되고 시설은 필요한데 결국 도시가 지탱할 수 있도록 농촌이 희생으로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농산물을 생산해서 도시에 공급했다면 이제는 에너지 문제도 그렇고 쓰레기 문제도 농촌으로 와요. 어떤 분이 사람이 적고 반대 의견이 적으니 농촌으로 가는게 효율적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우리 사회가 효율을 강조하는 면이 크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쓰레기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책임에 대해 동의가 필요하고 그런 공론장이 많이 열려서 가치에 대한 합의를 좀 이루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지역 내 시설 영향에 따른 갈등 양상

포항은 생활폐기물 매립장,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외에 포항제철의 매립장, 민간 산업폐기물 매립장 등 시의 산업규모에 따라 규모가 큰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위치해 있습니다. 철강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집중된 지역의 주민 피해와 민간산업폐기물 매립장 증설과 안전을 둘러싼 갈등. 생활폐기물 매립장이 포화상태가 다가오면서 매립된 폐기물 중 소각 가능한 쓰레기를 파내서 태우면서 발생하는 갈등,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 계약 종결되면서 외부 위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 등 도시 내 시설 종류와 영향에 따라 각기 다른 갈등이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대표는 대규모 철강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지역 내 규모가 큰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의 안전 문제가 대두된 사례를 포함하여 다양한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한 지역 갈등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포항은 포스코를 중심으로 철강공단이 크게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옛날부터 폐기물 처리장이 크게 생겼어요. 호동 생활폐기물 매립장, SRF 시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크게 있고요. 재난위험시설 D등급 평가된 N매립장 안전성이 문제가 되면서 이송 처리해야하니까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구요. 또 포항 유일의 음식물처리시설이 계약이 종료되고 이후 부터 관외 위탁을 하고 있어요. 또 다른 마을에서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농촌으로 들어가려는 시도가 있어서 그 지역도 갈등이 있었구요.


폐기물처리시설 계약 종결 되면서 인접 지역으로 부담 밀려가

한 지역에서 폐기물처리시설 계약이 종결되면 폐기물 통계 상 해당 종류의 폐기물 처리시설 용량이 0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발생된 폐기물은 인접 지역에서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대구 북부 음식물쓰레기 들어오는 퇴비공장, 산업폐기물 들어오는 공장이 고령에 있는데, 퇴비 만드는 과정에서 악취가 너무 심해요. 말도 못해요

경주의 두류공업지역에 무슨 퇴비처리하는 공장이 들어섰었어요. 인근 지역 음식물쓰레기 이걸 공공이 처리를 못하면 이쪽 두류공단 민간시설에서 받아서 처리하고. 자기 지역 음식쓰레기는 다 자기지역에서 처리하는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게 왜 경주로 오나? 그게 그때는 정말 이상했지. 

주변 울산이나 포항 산단에서 해결 못한 폐기물이 경주로 밀려 들어오고 특히 경주에서 처리하는 지정폐기물 양이 엄청나요. 경주 입장에서 보면 주변 도시하고 어떤 식으로든 함께 이야기가 되어야 된다고 봐요.

인접 지역과 함께 제도화 문제를 논의해야 할 거 같아요. 산업폐기물이나 지정폐기물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거나 하는 방법이나 공공이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제도화를 위한 논의와 국회 역할이 필요할 거 같아요.


정의로운 폐기물 처리를 위해 대도시와 위성도시 공론장 마련되어야

발생지 처리원칙이나 산업폐기물 공공성 확보, 주민수용성 문제는 지역의 시민사회의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입니다. 주민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그 사이에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역의 중소도시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주민수용성을 높이려는 사업자가 주민 동의를 전제로 개별적으로 보상금으로 주민 설득을 추진하다가 공동체 내부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어 큰 상처로 남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는 주민들은 시설로 인한 환경오염, 안전 문제와 함께 지역에 자꾸 들어서는 시설로 인한 과부담으로 지역불평등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합리적 해결과 대안 마련을 위해서 주민과 시민사회가, 대도시와 인접 중소도시가 함께 대안을 모으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토론을 이끌어주신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대표는 대도시 보다 상대적으로 토지 비용이 싸고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 되어가면서 대도시의 폐기물과 산업시설이 지방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어 지역은 수도권의 식민지라고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불법 쓰레기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러 매일 쓰레기산을 방문했던 활동을 떠올리면서 민간에 의해 산업폐기물이 수집되고 이동하면서 불법으로 방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다가 부실한 환경관리로 환경오염, 주민피해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 했습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이 관리·운영되어야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한 갈등도 줄여갈 수 있을 것입니다. 폐기물 문제는 이윤을 쫓다 보면 관리에 소홀해 질 수 있어 공공에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산업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도록 시민사회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집담회에 참석한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 관계자 모두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이 제안한 ‘앞마당지표’를 시민사회 감시에 활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지표로 평가하며 관심과 기대를 모았습니다. 


"정의로운 폐기물 처리를 위한  대구·경북지역 집담회"는 (재)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엄중한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함께 해주신 대구· 경북지역 시민사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