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의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 고령에 마을마다 대책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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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오백년 전 가야연맹국가를 이끌던 대가야의 고장, 우륵이 가야금을 만든 곳. 고령은 역사의 도시다. 1읍 7면 인구 3만 명의 역사 도시 고령군에 폐기물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주민대책위가 3개면에 4개 대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여러 대책위원회가 활동하다보니 대책위원회가 함께 모이는 공동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게 되었고, 산업폐기물로 인한 주민피해를 호소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직접 군과 군의회에 입지규제와 시민참여를 위한 제도 변화를 제안하면서 고령을 지키고 있다.

 

하나의 면, 4개의 마을에 마을마다 매립장 하나씩

다산면은 낙동강이 말발굽 모양으로 감싸 흐르는 곳으로, 월성산업단지 주변 지역은 70%이상 자연녹지와 농림지역이라고 한다. 이곳에 2017년 월성일반산업단지가 착공되었다. 산단 내 매립장 500m 거리에 노천 수돗물 정수시설이 있고 1.7㎞ 거리에 달성, 성주, 고령 3개 군 군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광역 취수장이 위치하고 있다. 매립장에서 침출수가 유출될 경우 주민들의 건강과 낙동강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될 것이 우려되는 입지 조건이다. 이곳 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외부 지정폐기물 반입 사실을 은폐해 주민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재활용 업체가 부지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과정에 심각한 폐수와 대기오염 발생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산면에는 지정폐기물 매립장 피해 뿐 아니라 2019년 의료폐기물 소각장에서 1년 이상 의료폐기물을 불법 방치해 주민대책위원회에서 불법창고를 고발조치 하고, 국정감사에서 그 심각성이 지적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고령군 지도 (출처: 고령군 홈페이지)
다산면 폐기물 처리시설 지도 (제공: 고령군 공동대책위원회)


대구에서 넘어오는 유해시설, 함께 해결 대책 마련 필요

이곳 다산면은 대구 성서산업단지와 인접한 지역으로 대구에서 고령으로 다수 유해업종 사업장이 유입되고 있었다. 그렇게 조성된 다산주물공단의 극심한 악취로 인해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한 날, 반나절 정도 잠시 현장을 다닌 것 뿐인데 이전에는 맡아본 적 없는 악취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주민들은 더 이상 제2의 다산주물공단이 들어서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점과 월성산단 매립장 지정폐기물 반입 반대 의견을 모으고 대응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이동해온 오염업종으로 인한 피해 그리고 처리시설이 없는 지역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매립장, 소각장을 떠안고 있는 지역의 피해를 도시에서 알아야 한다. 고령군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대구에서도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전국에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없는 데가 서울, 대구, 제주 밖에 없답니다. 대구에 산업단지 가면 규모가 꽤 커요. 근데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 없으면 가만히 보면 이게 어디로 가느냐. 고령인거죠. 다산 같은 경우는 폐기물 매립장이 4개가 있습니다. 매립 완료된 게 2개가 있고요. 동고령산단에 매립하고 있는 거는 한 80% 매립이 됐고요. 거기는 의료폐기물 소각장도 하나 있고요. 대구에 있던 주물공장들이 고령으로 많이 와있는데, 주물공단은 주물사도 쓰고 하잖아요. 여기가 냄새도 심해요. 전국 최대 단지입니다. 대구가 섬유 산업도 있지만 핵심 산업이 기계부품 이거든요. 그 부품 만드는 주물공장이 이쪽으로 많이 넘어왔어요. 사람은 대구에 살고 주물산단과 주물사 같은 지정폐기물은 고령에서 처리하는 거 에요. 강변에 있는 4개 마을에 100만톤짜리 폐기물 매립장이 하나씩 다 있어요.”

 

언덕처럼 조성된 산업폐기물 매립장
숨쉬기 힘든 산업폐기물 매립장 악취


소각장 대응하고 나니 매립장

쌍림면에서는 2022년 소각장 사업자가 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반대 서명을 모아서 제출하고 1인 시위도 하면서 반대 의견을 군에 전달하며 대응했다. 이듬해 군에서 부적합 통보를 하자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시작되었다. 사업자와 군의 행정소송이 진행될 때 주민들의 행정소송 보조참가 신청이 처음에는 불허되었다. 나중에 변호사가 작성한 주민참가 불허에 대한 법리 의견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행정소송 보조참가가 가능했다. 주민들은 변호사 선임 비용, 현수막 만들고 집회 비용 마련하기도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에 대응하기도 어려웠다. 전문가 도움이 절실했다. 주민들 대응에 힘을 실어준 공익법률센터 농본과 창원대학교 전문가의 참여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연이어 기각되고 원고가 항소를 취하하면서 소각장 문제가 해결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쌍림면에서 소각장 문제에 대응하고 있을 때 개진면에서는 지정폐기물 매립장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중이었다. 2021년 사업이 처음 추진될 당시 이미 사업계획서가 반려되었는데 소송이 진행되면서 다시 매립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 측에서 법원에 주민합의서와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농촌마을 공동체에 갈등을 조장해 지역사회의 공분을 일으켰고, 2024년 10월 현재 환경청과 소송이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쌍림면은 소각장 사업계획서 고령군에다가 넣은 거를 고령군에서 부적격 평가를 내렸어요. 그러면 이 업체가 경상북도에다가 행정심판을 청구를 할 거 아니에요. 행정심판 청구가 기각되고 이제 또 행정소송을 하잖아요. 소송을 하는데 그때까지 주민들은 소송하는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군도 업체도 주민들한테 알려 주지를 않아요. 쌍림면 소각장 사업자와 군이 행정소송을 할 때 주민들이 보조참가 신청을 했는데 변호사 선임 비용, 현수막 만들고 집회 비용 마련하기 참 어려운 형편인데 농본에서 무료 변론을 해주셨어요. 쌍림면 소각장에서 다이옥신 계수를 조정한 것을 창원대 교수님이 찾아주셔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죠. 업체가 항소를 취하하면서 포기를 해가지고 일단 끝이 났는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에요. 몇 십 년 동안 석산을 하고 복구를 해야 하는데 안하고 복구 시점 쯤 되면 폐기물 사업을 준비하는 거죠.법과 제도가 촘촘하게 있다면 산지 전용 문제에 대해서 이걸 다른 시설로 가지 못하게 해버리면 돼요, 그런데 그게 안 되니 조례를 바꾸고 하고 있죠”

매립장 전환을 준비하는 석산의 현재 모습다산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주민의 힘으로 조례를 바꾸고 고장을 지키는 사람들

고령군 공동대책위원회는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기준 강화와 환경정책위원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주민이 나서서 직접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더 이상 신규 시설이 주거지와 인접해 들어서지 못하도록 주거밀집지역에서 700m 범위 안으로는 폐기물 소각시설 및 매립시설이 입지하지 못하도록 군계획 조례(제20조의 3 3항)를 개정하여 강화된 입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또한 고령군 환경정책조례 제정을 군의회에 요구하고 의견서를 제출해 의원입법을 이끌어 냈다. 환경정책위원회 구성에 시민사회 추천 위원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위원회의 심의·건의 사항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군수가 노력해야 하는 책무를 제시하였다.

현장 안내와 인터뷰를 마치며 곽상수 난개발과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고령군 공동대책위원장은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의 입지를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시설의 필요에 대한 주민 동의가 먼저 선행되고 나서 그 시설이 어디에 들어서는 게 좋은지, 시설이 들어서면 피해가 없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인지를 의논하는 진짜 의견수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어떤 시설이든 주민 의견 수렴을 하려면 진짜로 하라고 하는 거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논의 구조라고 하는 거는 그저 기관 어디다가 용역을 해서 어디 마을로 보내겠다 하는 대상지 정하고 지역을 포위하는 식으로 하면 절대 안 되요. 고령군 다양한 사람들이 다 참여해서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1년 걸려도 하고 그러면서 필요에 대해 동의를 하고 나서 입지 선정에 대해서 이렇게 논의해야 된다는 겁니다. 필요에 동의하고 나서 수용하는 지역 합의를 하고, 수용한 마을에는 지역에 도움 되는 부분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주민과 과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거죠.”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2024년 (재)아름다운가게의 지원을 받아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 강화를 위한 <웨이스트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은 폐기물 데이터와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한 갈등 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공개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합니다.

국내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운영, 사후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지역을 방문하여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사례로 부터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하고자 현장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도움 주신 지역 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