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농촌 환경오염마을 개선을 위한 액션&리서치> 최종보고서인 「환경위험과 농촌소외」를 뒤늦게 업데이트 했습니다. 화성시 사례를 통해 환경위험의 농촌 쏠림과 지역주민 소외 문제를 다뤘습니다. 환경위험이 농촌지역에 몰리는 문제1)는 몇 번 이야기해서, 이번에는 '알권리'와 '당사자 중심성' 키워드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내용이 길어져 2차례에 걸쳐 올리겠습니다. 우선 환경위험과 알권리에 대해서입니다.
1) 환경오염 취약지역 주민환경권 보호방안 연구 (2022), 농촌마을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위험 시설
위키백과에 따르면 알권리는 "사실을 알고 있을 권리로, 자유롭게 정보를 수령(자유권), 수집(청구권)하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라고 설명합니다.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며 국민의 참여와 권력의 투명성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환경위험에서 알권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비슷한 맥락일 것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위험을 알게 되면 회피를 통해 노출을 줄일 수 있고,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위험을 다루는 주체가 좀 더 잘 관리하도록 촉구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위험의 투명성과 알권리 만으로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이 무분별하게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 만들어진 위험을 제도권에서 제대로 통제하는 것이 먼저 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기대처럼 작동되지 않기에, 위험의 생산과 관리에 있어 정보의 투명성과 알 권리는 상호작용을 통해 위험의 감소와 회피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환경위험의 불평등 구조(디데리쉔의 질병의 사회적 생산 모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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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데리쉔(Diderichsen)의 '질병의 사회적 생산 모델'(Model of the social production of disease)에 <정보공개와 알권리>를 추가해서 작성했습니다. 파란색 화살표는 건강 불평등의 단계 별 경로를 보여주며, 검정색 화살표는 각 단계 별 정책적 영향(개입) 시점을 보여줍니다. 정책에 따라 불평등을 더 악화 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완화 시킬 수도 있습니다. |
위 그림은 건강 불평등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는지 설명하는 모형에 정책 개입의 단계와 위험정보의 공개와 알권리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본 것입니다. (그림이 좀 복잡하지만😅) 화성의 농촌지역 환경위험 문제를 이 모형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도시화 중심의 개발 중심 정책으로 농촌의 소멸을 방치하다 보니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로, 농촌은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4. 사회적 계층화). 여기에, 계획관리지역의 정책 실패로 농촌 마을의 주거지에 유해공장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주민들에게 위험의 노출이 큰 상황이 되었습니다(1. 차별적 노출). 인구 수가 적은 고령자 농촌 마을은 환경 위험에 항의할 힘도 부족하고, 위험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이를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어려운 여건입니다(2. 차별적 취약성).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지금 당장 건강 상의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크게 침해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이들 농촌마을은 유해 공장이 더 많아질 것이고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고령의 소수자만 남게 됨으로써 이들의 삶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화의 고리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3. 차별적 결과, 4. 사회적 계층화 악화).
그렇다면, 위 그림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위험정보의 공개와 알권리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알권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지만, 정부나 기업의 위험생산과 관리정책에 영향을 주고, 개인의 위험회피에 도움을 크게 줄 수 있습니다. 화성 사례에서는 고령자의 농촌마을 특성에 따라 정보의 투명성은 주민이나 지역사회가 위험 감시하는 기능, 또한 관리주체(행정, 기업)가 소위 사회적 눈치를 보면서 위험을 방치하기 어려운 여건을 만드는데 일정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위험이 많고 큰 곳 일수록 정보는 투명하고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텐데, 환경위험이 크다고 지목된 화성시의 알권리는 어느정도 수준에서 보장되고 있을까요? 우선 제도적 기반인 몇몇 조례를 살펴봤습니다.
우선 화학물질 관련 조례입니다. 화성시는 화학물질취급사업장이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에,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2018년 12월에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이 조례에서 화학물질 관련 정보공개와 관련 사항으로는 1) 화성시가 매년 화학안전관리 보고서를 작성, 공개해야 한다, 2) 환경부의 화학물질 통계조사와 배출량조사 중에서 시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주민에게 알기 쉽게 정리하여 제공 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화성시의 홈페이지에는 조례에 맞게 '화성시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알기쉽게 제공'하지 않고,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운영하는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단순 연결만 되어있습니다.
2014년 화학물질 누출로 물고기 집단폐사사고가 있었던 수원의 경우 시민의 알권리 보장을 시장의 책무로 강조하고, 사고대비물질 및 고독성물질 취급사업장의 위치와 취급량, 배출량에 대한 정보 및 환경평가 결과가 있는 경우 정보를 공개, 사업장의 화학물질 안전관리시행계획에 대한 정보, 지역주민에게 고지한 사업장의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두 지자체의 여건이 비슷하지는 않겠지만,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화성시의 조례에 정보공개와 알권리 보장이 미흡한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 화학물질 정보공개 조례 비교
화성시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 수원시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화학사고 대응ㆍ대비에 관한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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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시 화학안전관리 보고서를 매년 작성하여 공개
- 화학물질 통계조사와 배출량조사 결과 중에서 시에서 취급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및 중점관리물질에 관한 사항을 주민이 알기 쉽게 제공
| - (시장의 책무 등) 1. 시민의 알권리 보장
- 사고대비물질 및 고독성물질 취급사업장의 위치와 취급량과 배출량 정보 및 환경평가 결과가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정보
- 사업장의 화학사고위험등급 정보와 화학물질 안전관리시행계획수립 지역의 화학물질 안전관리시행계획에 대한 정보
- 사업장에서 지역주민에게 고지한 위해관리계획 또는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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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20여 곳 이상의 자자체에서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화성시도 2020년 1월 동일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조문내용에 있어서 대상시설, 고지내용, 고지방법에 있어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당진시 조례와 비교해 봤습니다. 화성시는 공장난개발의 지역의 가장 큰 문제임에도 대상시설에서 공장, 유해화학물질취급시설이 빠져있습니다. 고지내용에서도 화성은 단순한 건축정보를 제공하는 반면에 당진시는 각 시설이 갖고있는 위험정보를 특정해서 조문에 포함시켰습니다. 고지방법에서도 화성시는 읍면동사무소 게시판 통한 게재로 되어있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화성시의 위험시설 대부분은 농촌지역에 있습니다. 위해소통에서 최소한의 공간단위는 마을인데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알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지만, 구체적 조문에서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 비교
구분 | | |
대상 시설 | ※ 대지면적 1000㎡이상, 가축과 폐기물 시설은 대지면적 500㎡이상 - 위험물 저장 및 처리 시설
- 가축 사육 및 도축 시설
- 폐기물처리 시설
- 묘지관련 시설
- 그 밖에 시장이 주민 건강이나 생활에 직접적 피해 우려 인정하는 시설
| - 공장
- 산단 내 입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
- 가축 사육 및 도축 시설
- 폐기물처리 시설
- 묘지관련 시설
- 발전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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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내용 | 대지위치 - 용도 및 구조
- 대지면적, 건축면적, 연면적
- 건폐율, 용적률
- 층수, 최고높이
| - 공장 : 제조업 생산품 등
- 산단 내 유해물질취급사업장 : 취급물질 등
- 위험물 : 저장시설 용량 등
- 폐기물 처리시설 : 영업대상폐기물, 처리능력, 처리방법, 생산제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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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방법 | - 해당 읍·면·동사무소 게시판을 통한 게재
-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또는 임차인대표회의 등 법적 대표성 있는 단체)에 대한 서면 통지
- 공동주택이 아닌 경우 해당 읍·면·동장에 대한 서면 통지
| - 리ㆍ통 단위 고지시설인 경우 리ㆍ통 마을회관
- 읍ㆍ면ㆍ동 단위 고지시설인 경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리ㆍ통 마을회관
- 시 단위 고지시설인 경우 시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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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환경관련법규 위반업소에 대한 정보공개입니다. 이 제도는 환경관련법규를 위반한 오염물질 배출업소의 명칭과 위반내용을 주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위반사항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여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도록 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정보의 공개는 법규위반 행위를 줄이는데 일정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화성시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고, 정보공개는 경기도의 위반업소 공개페이지를 연결해 놓았습니다. 경기도는 관련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대상 시설이 대기 및 수질오염 배출시설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조례 명칭도 <대기 및 물환경 관련법규 위반업소 공개에 관한 조례>입니다. 그리고, 업소정보는 홈페이지 게시 후 30일 경과 뒤 삭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환경위험시설이 많은 안산시의 경우 대상시설을 대기 및 수질오염 배출 시설 뿐만 아니라 폐기물처리시설, 유해화학물질 영업자, 고형연료제품 제조/사용시설 등으로 환경위험 시설을 상당히 포괄했습니다. 안산시에서도 30일 경과후 삭제 조항은 있습니다. 익산시의 경우 위반업소 공개에 관한 조례는 별도 제정을 하지 않고, 「환경기본조례」 제5조(환경상황의 공개)에 ‘환경관련 지도·관리사항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홈페이지에 폐기물, 대기, 물환경, 소음진동, 악취방지, 가축분뇨 관련법률 위반업체에 행정처분내역을 공개하고 있으며, 과거의 행정처분내역(2020년부터-현재)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시 반복해서 이 조문을 읽어보겠습니다. 안산시 조례의 목적입니다. "제1조(목적) 이 조례는 환경관련법규를 위반한 오염물질 배출업소의 명칭과 위반내용을 주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위반사항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위반업소의 공개는 매우 구체적이고 지속적이어야 위반행위자들의 행동개선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어떤 취지에서 필요한지 꼭 상기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환경위반업소 공개 지자체 비교
경기도 | 안산시 | 익산시 |
대기 및 물환경 관련법규 위반업소 공개에 관한 조례 | 환경관련법규 위반업소 공개에 관한 조례
| 환경기본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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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오염배출시설
- 소음진동배출시설
- 수질오염배출시설
- 오수처리시설
- 가축분뇨배출시설
- 폐기물처리시설
- 유해화학물질 영업자
- 악취배출시설
- 건설폐기물 배출/처리 시설
- 잔류성유기오염물질 배출시설
-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
- 고형연료제품 제조/사용시설
| <홈페이지 행정처분 공개 대상시설> - 대기오염배출시설
- 수질오염배출리설
- 소음진동배출시설
- 악취배출시설
- 가축분뇨배출시설
- 폐기물처리시설
※조례에 공개대상 명시안됨
|
30일 경과 후 삭제
| 30일 경과 후 삭제
| 삭제조항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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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화성시는 많은 환경위험시설이 질서없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위험노출이 매우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와 알권리에 관한 정책은 매우 부실한 상황입니다. 시설이 위험하더라도 경제 활동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입지하도록 했다면, 그에 걸 맞는 위험통제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정보공개와 알권리가 위험통제의 유일한 수단은 아닙니다. 당연히, 입지와 사후 운영에 대해 엄격한 관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다만, 행정력으로만 이를 온전히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정보의 투명성 확보는 위험관리에 있어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되는 지역주민과의 위해소통에 있어서도 누락되지 말아야 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화성시는 작년 12월 인구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도시이기도 합니다. 내년부터 전국에서 5번째 특례시로 승격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젊은 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 보기 드물게 지역 간 양극화가 극심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화성시로써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환경위험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촌지역을 배제한다면 품격있는 특례시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끝>
보고서 보기 : 「환경위험과 농촌소외」 연구보고서(2023, 업데이트 2024)
2023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농촌 환경오염마을 개선을 위한 액션&리서치> 최종보고서인 「환경위험과 농촌소외」를 뒤늦게 업데이트 했습니다. 화성시 사례를 통해 환경위험의 농촌 쏠림과 지역주민 소외 문제를 다뤘습니다. 환경위험이 농촌지역에 몰리는 문제1)는 몇 번 이야기해서, 이번에는 '알권리'와 '당사자 중심성' 키워드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내용이 길어져 2차례에 걸쳐 올리겠습니다. 우선 환경위험과 알권리에 대해서입니다.
1) 환경오염 취약지역 주민환경권 보호방안 연구 (2022), 농촌마을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위험 시설
위키백과에 따르면 알권리는 "사실을 알고 있을 권리로, 자유롭게 정보를 수령(자유권), 수집(청구권)하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라고 설명합니다.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며 국민의 참여와 권력의 투명성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환경위험에서 알권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비슷한 맥락일 것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위험을 알게 되면 회피를 통해 노출을 줄일 수 있고,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위험을 다루는 주체가 좀 더 잘 관리하도록 촉구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위험의 투명성과 알권리 만으로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험이 무분별하게 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 만들어진 위험을 제도권에서 제대로 통제하는 것이 먼저 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기대처럼 작동되지 않기에, 위험의 생산과 관리에 있어 정보의 투명성과 알 권리는 상호작용을 통해 위험의 감소와 회피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환경위험의 불평등 구조(디데리쉔의 질병의 사회적 생산 모델 인용)
위 그림은 건강 불평등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는지 설명하는 모형에 정책 개입의 단계와 위험정보의 공개와 알권리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본 것입니다. (그림이 좀 복잡하지만😅) 화성의 농촌지역 환경위험 문제를 이 모형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도시화 중심의 개발 중심 정책으로 농촌의 소멸을 방치하다 보니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로, 농촌은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4. 사회적 계층화). 여기에, 계획관리지역의 정책 실패로 농촌 마을의 주거지에 유해공장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주민들에게 위험의 노출이 큰 상황이 되었습니다(1. 차별적 노출). 인구 수가 적은 고령자 농촌 마을은 환경 위험에 항의할 힘도 부족하고, 위험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이를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어려운 여건입니다(2. 차별적 취약성).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지금 당장 건강 상의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현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크게 침해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이들 농촌마을은 유해 공장이 더 많아질 것이고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고령의 소수자만 남게 됨으로써 이들의 삶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화의 고리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3. 차별적 결과, 4. 사회적 계층화 악화).
그렇다면, 위 그림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위험정보의 공개와 알권리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알권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지만, 정부나 기업의 위험생산과 관리정책에 영향을 주고, 개인의 위험회피에 도움을 크게 줄 수 있습니다. 화성 사례에서는 고령자의 농촌마을 특성에 따라 정보의 투명성은 주민이나 지역사회가 위험 감시하는 기능, 또한 관리주체(행정, 기업)가 소위 사회적 눈치를 보면서 위험을 방치하기 어려운 여건을 만드는데 일정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위험이 많고 큰 곳 일수록 정보는 투명하고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텐데, 환경위험이 크다고 지목된 화성시의 알권리는 어느정도 수준에서 보장되고 있을까요? 우선 제도적 기반인 몇몇 조례를 살펴봤습니다.
우선 화학물질 관련 조례입니다. 화성시는 화학물질취급사업장이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에,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2018년 12월에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이 조례에서 화학물질 관련 정보공개와 관련 사항으로는 1) 화성시가 매년 화학안전관리 보고서를 작성, 공개해야 한다, 2) 환경부의 화학물질 통계조사와 배출량조사 중에서 시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주민에게 알기 쉽게 정리하여 제공 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화성시의 홈페이지에는 조례에 맞게 '화성시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알기쉽게 제공'하지 않고,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운영하는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단순 연결만 되어있습니다.
2014년 화학물질 누출로 물고기 집단폐사사고가 있었던 수원의 경우 시민의 알권리 보장을 시장의 책무로 강조하고, 사고대비물질 및 고독성물질 취급사업장의 위치와 취급량, 배출량에 대한 정보 및 환경평가 결과가 있는 경우 정보를 공개, 사업장의 화학물질 안전관리시행계획에 대한 정보, 지역주민에게 고지한 사업장의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두 지자체의 여건이 비슷하지는 않겠지만,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화성시의 조례에 정보공개와 알권리 보장이 미흡한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 화학물질 정보공개 조례 비교
2020년 이후 20여 곳 이상의 자자체에서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화성시도 2020년 1월 동일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조문내용에 있어서 대상시설, 고지내용, 고지방법에 있어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당진시 조례와 비교해 봤습니다. 화성시는 공장난개발의 지역의 가장 큰 문제임에도 대상시설에서 공장, 유해화학물질취급시설이 빠져있습니다. 고지내용에서도 화성은 단순한 건축정보를 제공하는 반면에 당진시는 각 시설이 갖고있는 위험정보를 특정해서 조문에 포함시켰습니다. 고지방법에서도 화성시는 읍면동사무소 게시판 통한 게재로 되어있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화성시의 위험시설 대부분은 농촌지역에 있습니다. 위해소통에서 최소한의 공간단위는 마을인데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알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지만, 구체적 조문에서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 비교
시설
※ 대지면적 1000㎡이상, 가축과 폐기물 시설은 대지면적 500㎡이상
내용
대지위치
방법
마지막으로, 환경관련법규 위반업소에 대한 정보공개입니다. 이 제도는 환경관련법규를 위반한 오염물질 배출업소의 명칭과 위반내용을 주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위반사항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여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도록 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정보의 공개는 법규위반 행위를 줄이는데 일정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화성시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고, 정보공개는 경기도의 위반업소 공개페이지를 연결해 놓았습니다. 경기도는 관련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대상 시설이 대기 및 수질오염 배출시설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조례 명칭도 <대기 및 물환경 관련법규 위반업소 공개에 관한 조례>입니다. 그리고, 업소정보는 홈페이지 게시 후 30일 경과 뒤 삭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환경위험시설이 많은 안산시의 경우 대상시설을 대기 및 수질오염 배출 시설 뿐만 아니라 폐기물처리시설, 유해화학물질 영업자, 고형연료제품 제조/사용시설 등으로 환경위험 시설을 상당히 포괄했습니다. 안산시에서도 30일 경과후 삭제 조항은 있습니다. 익산시의 경우 위반업소 공개에 관한 조례는 별도 제정을 하지 않고, 「환경기본조례」 제5조(환경상황의 공개)에 ‘환경관련 지도·관리사항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홈페이지에 폐기물, 대기, 물환경, 소음진동, 악취방지, 가축분뇨 관련법률 위반업체에 행정처분내역을 공개하고 있으며, 과거의 행정처분내역(2020년부터-현재)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시 반복해서 이 조문을 읽어보겠습니다. 안산시 조례의 목적입니다. "제1조(목적) 이 조례는 환경관련법규를 위반한 오염물질 배출업소의 명칭과 위반내용을 주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위반사항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위반업소의 공개는 매우 구체적이고 지속적이어야 위반행위자들의 행동개선을 촉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어떤 취지에서 필요한지 꼭 상기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환경위반업소 공개 지자체 비교
<홈페이지 행정처분 공개 대상시설>
※조례에 공개대상 명시안됨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화성시는 많은 환경위험시설이 질서없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위험노출이 매우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와 알권리에 관한 정책은 매우 부실한 상황입니다. 시설이 위험하더라도 경제 활동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입지하도록 했다면, 그에 걸 맞는 위험통제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정보공개와 알권리가 위험통제의 유일한 수단은 아닙니다. 당연히, 입지와 사후 운영에 대해 엄격한 관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다만, 행정력으로만 이를 온전히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정보의 투명성 확보는 위험관리에 있어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되는 지역주민과의 위해소통에 있어서도 누락되지 말아야 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화성시는 작년 12월 인구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도시이기도 합니다. 내년부터 전국에서 5번째 특례시로 승격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젊은 도시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 보기 드물게 지역 간 양극화가 극심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화성시로써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환경위험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촌지역을 배제한다면 품격있는 특례시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끝>
보고서 보기 : 「환경위험과 농촌소외」 연구보고서(2023, 업데이트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