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둘러싸인 농촌마을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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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김해의 한 마을 주민들이 거주지와 인접한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공장 허가에 반발하는 기사가 지역 일간지에 보도되었습니다. 공장은 이미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공장 설립이 주민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이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공사는 강행되고 있었습니다. 공장은 주거지와 가까이 붙어 있었지만 시에서는 대규모 공단에 대한 허가가 아닌 단순 공장 건축 허가는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었고, 주민들은 이미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공장이 빽빽이 들어서 마을 일대가 마치 ‘공단’과 같이 조성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블루닷이 환경오염 취약지역 현장 조사를 하면서 찾은 작은 농촌 마을 어른신은 “크고 번듯 번듯한 공장은 다 도시로 가고 쪼매큼 쪼매큼 한 공장은 시골 여 농촌으로 다 온다” 하시면서 “할매들만 사는데 나라가 신경이나 쓰겠나”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이처럼 농촌의 작은 마을에서 겪고 있는 환경피해를 조사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액션과 연구를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사회적 자원과의 연대로 부족한 농촌마을의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의 환경행정의 변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찾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촌 지역의 환경오염 우려마을을 찾기 위해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여 3,4,5종 대기배출시설설치 사업장, 입지제한업종으로 규제받았던 업종의 사업장, 발암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 지정폐기물 처리업 등 환경위험 시설 분포를 분석하고, 사업장과 가까운 주거지에서 이들 시설로 인해 영향 받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마을을 GIS매핑으로 확인하고, 그 현장을 방문하여 주민을 만나면서 환경 피해 실태를 확인하였습니다. 첫 번째 찾은 사례 지역은 충북 음성입니다.


1. 공장에 둘러싸인 초고령사회

블루닷은 데이터 분석으로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비도시 농촌 마을이 다수 분포하고 있는 경기 화성시, 충남 천안시, 충북 음성군, 충북 진천군 등 지역에 대한 예비조사를 거쳐 경기 화성과 충북 음성을 중심으로 추가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심층인터뷰와 간담회를 거쳐 지역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찾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음성군은 2개 읍, 7개 면에 2020년 기준으로 10만 3천여 명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모든 연령 대비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해당합니다. 음성군은 농민회, 여성농민회, 가톨릭 농민회 등 농민운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운동이 발전한 지역으로 군 단위에서는 전국에서 최초로 노동인권센터가 만들어질 정도로 지역 시민사회 활동 기반이 잘 다져진 지역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자원을 가진 음성군에도 지역 시민사회에서 대응할 역량이 부족할 정도로 산업시설로 인한 사고와 갈등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지역은 중부고속도로 대소IC를 통해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서 공장이 많이 입주하고 산단도 많아 졌어요. 최근 조성된 산단에는 큼직한 사업장이 많아졌고요

최근에 독성 세척제에 노출돼 노동자가 화상을 입는 사고, 재활용 처리시설 운영을 둘러싼 갈등... 화학물질 노출 피해나 유출사고의 경우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지역 시민사회에서 모두 대응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죠.“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


음성군에는 금왕읍, 대소면, 삼성면을 중심으로 산업단지와 개별입지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 음성군 전체에 22개의 농공 및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시군구 별 화학물질 사업장 수를 분석한 결과, 음성군은 595개 사업장으로 8위에 해당하고, 비도시 지역인 읍면 지역 화학물질 사업장 수로 보면 음성군 금왕읍이 9위, 삼성면이 11위, 대소면이 15위로 상위 15위 안에 3개 지역이 순위에 올랐습니다.

음성군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분포 (고정근, 2023)


2023년 3월 기준, 행정안전부의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 설치 사업장 수를 시군구 단위로 분석해보면 음성군은 8위로 금왕읍, 대소면, 삼성면에 음성군 전체 대기오염 사업장의 68%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들 3개 읍면의 유해업종 분포, 사업장 반경 500m 이내 고령 인구비율을 반영한 인구 분포를 분석하여 환경오염 우려 마을을 찾고 현장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음성군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 설치 사업장 분포 (고정근, 2023)



2. 집에서, 밭에서 24시간 공장 옆에서 지내는 농민

음성군에서도 대기배출시설 설치 사업장 수가 가장 많은 삼성면과 금왕읍, 대소면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 생활에서 느끼는 환경문제와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기대하는 행정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처음 현장 조사를 실시한 마을은 노인회관을 중심으로 주변에 비닐하우스와 주택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입구로 들어서는 2차선 양쪽으로 플라스틱 시트 공장, 자동차부품 공장 등이 모여 있고 현장조사 당일에도 악취가 느껴져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마을이었습니다.


음성군 현장조사 (블루닷, 2023)


“냄새 나지요. 자고 일어나 일하러 나오면 냄새 나지. 그걸 말이라고....”

<음성군 금왕읍 주민>

“농지정리하고 길이 좋아지니까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더라구. 어느 때 보면 고약한 냄새도 나고,,, 농사지으려고 관정을 파니까 불그스름한 물이 녹물처럼 올라와요. 이런 거 머 이야기해도 소용도 없어. 공장 많아지니까 화물차도 많아지고 다니면서 음료수 병 같은 쓰레기도 논으로 버리기도 하고... 불편하죠”

<음성군 대소면 주민>

음성군 현장조사 (블루닷, 2023)


음성군 현장조사를 위해 방문한 또 다른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은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아온 마을에 길이 나고 교통이 편해지면서 공장이 들어서고 마을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왔다고 하십니다. 소음이나 지하수 오염, 악취 문제는 어디에 호소해야 좀 나아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군이고 공장이고 말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하십니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비닐하우스에서, 밭에서 농사일 하느라 하루 종일 공장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을에 머무른다고 하십니다.


3. 음성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환경감시 활동과 연대

성장 중심 개발 정책은 각종 환경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시켜 왔고, 규제가 완화된 자리에는 거주지와 가까이 공장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의 공장들이 비교적 토지 비용 부담이 적고 교통이 편리해진 충청권으로 밀려와 자리를 잡으면서 음성은 산업단지와 소규모 공장들이 급증했습니다. 소규모 개별 공장들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이 겪는 환경피해와 소규모 공장에서 발생하는 노출 사고,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산단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를 둘러싼 갈등까지 환경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지만 이미 허가를 하고 난 뒤에 주민들이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또한 입주해 있는 기존의 산업시설 환경감시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와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허가를 받고 들어온 사업장이고 소규모 사업장이라서 주민 동의가 필요한 공장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10년 20년 싸워도 못 내보냅니다. K그린이라고 그 주변은 쓰레기 냄새로 창문을 못 열 정도인데 군에서 수용해서 공원화하기로 결정은 되었는데 보상 문제로 시행이 늦어지면 악취 피해는 계속 되는 거죠. 그리고 주민들은 피해나 반대운동 하는 사람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농촌 고령 주민의 경우 특히 우리 지역 어르신은 힘들어도 속마음을 잘 표현하시질 않아요.“

<음성농민회 윤희준 사무국장>

음성군 환경감시 강화를 위한 간담회 (블루닷, 2023)


블루닷은 지난 12월 11일 음성 지역사회 관계자와 함께 ‘음성군 환경감시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음성군에 분포해있는 환경위험시설 현황과 다른 지역의 환경 감시 사례를 소개하고, 환경 감시 활동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은 산업화 정책으로 기후위기는 심각해지고 지역 환경문제는 심각해지고, 환경 사고는 증가하고 있지만 환경감시 활동이 진행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음성군의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농민회, 노동단체, 장애인단체, 군의회 의원 등 지역사회 관계자가 참석하여 환경현안과 환경감시 활동, 주민 및 사업장 종사 노동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음성 농민운동의 성과와 기억이 후속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에 모두 공감하면서 지역 운동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앞으로 활동에 참고 사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음성 농민운동 역사 포럼이 마련되길 바라는 기대를 모으며 간담회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자연 마을 파괴와 환경오염에 맞서 싸운 주민들의 투쟁이 있었지만 대부분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 농민들의 구술로만 띄엄띄엄 전해질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수년간 우렁이 농법을 이용해 양질의 토양을 일구었는데 결국 산업단지 부지로 강탈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이 기억난다.

지역이 처한 정치적 현실에서 지역은 쉽게‘피해자’로서 대상화되고 지역 주체들의 능동성은 소거된다. 많은 경우 주민들은 저항을 유보하고 갈등을 내면화하면서 정부·기업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판단하는 왜곡된 인식을 갖거나 해결할 수 있는‘문제’로서 경제 정책에서 비롯된 환경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간혹 갈등이 불거지고 저항 주체가 생기는 경우에는 저항 주체들이 당면한 문제를 전체 구조의 문제로서 접근하기보다는‘우리 마을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파편화된 개별 투쟁은 쉽게 고립되고 좌초되고 만다. 다른 마을의 투쟁과의 연결·연대 투쟁으로 확장할 가능성은 닫히고,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싸움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주체들을 떠올려보면‘마을 주민’을 쉽게 표상하게 되는 것은 환경 감시 활동이 직접 당사자의 운동으로서만 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개인이 일터와 생활공간에서 겪는 문제를 지역사회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민원 활동이나 집단적인 운동을 벌이는 경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개인적으로 참거나, 지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경제적 지위·계층, 국적, 성별, 장애 여부, 거주환경, 개인의 경험에 따라 지역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층위가 다양하고, 상호 간의 격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지역 환경 감시 활동의 주체로서 현안에 대응하고 있는 주민대책위 단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민중연대, 농민, 비영리단체, 청소년, 학부모, 이주민 등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음성군 환경감시 강화를 위한 간담회'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 발표 내용 중 일부 발췌>


지난 2023년 여름 블루닷은 경기도 화성, 평택, 안성의 16개 마을, 충남 천안의 5개 마을, 충북 진천, 음성의 7개 마을을 방문하여 마을을 걸으면서 공장과 주거지와 거리와 악취, 소음 등 피해 현황을 확인하였고, 주민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를 만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어려움을 듣고,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우려되는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환경감시활동 필요성에 대해 함께 공감하면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 '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 블루닷 레터 <공장에 둘러싸인 농촌마을>은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마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