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실천으로, 발로 누비며 변화의 지도를 그리다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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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2024년 데이터를 이용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지도화하는 과정을 교육하는 <블루닷 스쿨: 변화를 만드는 지도> 를 진행하였습니다. 경기, 지리산, 밀양 등 3개 지역에서 진행된 블루닷 스쿨은 강의와 실습 그리고 교육에 참여한 활동가 중 희망하는 분에 한해서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활동가가 직접 지역의 변화지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특히 밀양에서는 블루닷 스쿨이 진행된 이후 후속 프로그램으로 밀양소통협력센터에서 추진하는 <밀양은대학>에 "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라는 이름으로 학과 과정을 개설해서 다른 지역보다 좀 더 체계적으로 변화지도 만들기가 추진되었습니다. 블루닷 스쿨은 사전 교육 과정으로 지도의 쓸모와 국내외 변화지도 사례, 그리고 구글 내지도와 QGIS와 같은 매핑 도구 이용법을 익히고, 변화지도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변화지도 계획서 작성하는 법, 데이터 수집하는 법을 배우면서 그리고 싶은 지도의 주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지는 <밀양은대학 : 변화를 만드는 지도학과> 교육 과정은 주제별 팀 프로젝트 방식의 심화교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밀양 참가자들은 밀양의 대중교통 문제를 고민하는 하버팀(하여튼 버스), 복지문제를 주제로 하는 복분자팀(복지자원을 분석하는 자들), 생태를 주제로 하는 밀양생태문화연구회 3개 팀으로 나뉘어 각 팀의 고민을 <변화지도 계획서>에 담고 데이터 수집과 매핑을 시작했습니다.  


밀양형 버스 모니터링 툴킷 개발한 하버팀 

대중교통을 주제로 하는 하버 팀은 밀양에서 승용차 없이 버스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밀양의 버스 노선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 소아과나 극장처럼 자주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지만 지금은 버스 정류장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 버스로 가기 어려운 곳, 유아차 등 이동약자가 이용하기 어려운 버스정류장 등 밀양의 버스노선과 정류장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현재의 버스노선도와 새로운 밀양 순환노선을 제안하는 지도를 상상하며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하버팀은 먼저 현재 운행 중인 버스 노선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모니터링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지도에 반영하기 위해 그동안의 버스 탑승 경험을 녹여서 밀양 버스 모니터링 툴 ‘버스 기록지’를 개발했습니다. 

하버팀이 직접 개발한 ‘버스 기록지’를 들고 평소 자주 타는 2번과 7번 버스에 탑승해서 모니터링을 진행 했습니다. 상하행선 각 정류장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기록하고 데이터 파일로 만든 다음 모니터링 내용을 지도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환승시스템 도입과 다중이용시설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던 고민을 담아 현행 버스노선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밀양시 도시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버스노선 지도 ‘밀양시 순환버스 노선도’를 제작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만으로도 이동할 수 있는 밀양을 꿈꾸는 하버의 고민과 활동은 계속 업그레이드 중입니다. 앞으로 하버 활동 참여자를 확대하고, 초기 버전 기록지를 개선한 ‘밀양 버스 기록지’로 더 많은 하버 시민활동가와 함께 밀양시 버스 운영 체계 개선에 나설 계획입니다. 


밀양의 대중교통 문제를 고민하는 하버팀하버팀이 그린 밀양시 버스노선도


밀양의 복지를 분석하기 위해 거리를 누빈 복분자팀

복지를 주제로 하는 복분자팀은 무려 3개의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밀양의 복지시설 현황을 조사한 지도와 보행약자를 위해서 현장에서 직접 조사한 지도인 밀양시 중앙로 경사로 지도, 부산대학교 보행약자 이동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첫번째 현장조사 대상 중앙로를 직접 팀원들이 걸으면서 108개 상가의 출입문, 경사로 현황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기록하고 사진을 남겼습니다. 현장조사 결과를 업종과 출입문 구조, 경사로 유무와 경사로 설치 가능성 등의 기준으로 분석하고 중앙로 경사로 이동지도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현장조사는 부산대학교 보행약자 이동지도입니다. 기숙사에서 강의동이나 도서관으로 이동할 때 보행약자의 이동경로와 비장애인의 이동경로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인도와 차도 사이 경계는 낮은 턱으로 보이지만 직접 보행약자 시각으로 걸어보니 턱을 피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보행약자가 이동할 수 있도록 턱을 없앤 지점으로만 이동할 때와 비장애인이 턱을 넘나들며 이동하는 거리를 비교했습니다. 이동약자도 비장애인과 같은 길로 이동하기 위해 삼거리 한 지점에서 인도와 도로 사이 턱 하나를 없애주니 이동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이동경로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밀양시 중앙로 경사로 조사를 위해 발로 뛰는 복분자팀
대학 내 보행약자 이동경로의 문제 지점을 확인하는 복분자팀

  

밀양강을 지키는 시민과학자 밀양생태문화연구회

밀양강에서 정기적인 생태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밀양생태문화연구회는 겨울 오리류 모니터링 결과를 지도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밀양생태문화연구회는 밀양강을 9개 구간으로 나누어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밀양강 모니터링 구간 지도를 직접 만들고, 구간 별로 어디에 어떤 오리가 얼마나 서식하고 있는지 지도에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밀양강 구간별 서식환경 특성과 해당 구간에 서식하고 있는 오리류의 특성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블루닷 스쿨> 매핑 도구 학습에서 익힌 기술을 최대한 응용해서 담았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모니터링 데이터를 관심종을 중심으로 조금 더 심층 분석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큰고니, 알락오리 처럼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하는 오리류뿐 아니라 유해조수로 지정된 민물가마우치 개체수의 변화, 그리고 겨울철새가 밀양강에 서식하는 기간의 변화와 기후변화 문제까지 함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오랜 기간 밀양강을 지켜 온 밀양생태문화연구회의 생태모니터링이 시민과학으로 가치가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밀양강 탐조 결과를 지도로 제작 중인 밀양생태문화연구회모니터링한 개체 사진과 특성을 지도 데이터로 제작


매력적인 밀양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관심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활동가와 함께 만든 변화지도가 곧 완성되어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매핑 경험이 앞으로의 활동에서도 좋은 활동 도구로 활용되고,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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