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매립장 불허 결정 행정심판으로 뒤집혀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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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는 원자력발전소 국가산업단지 1개소 외에 조성 중인 산업단지를 포함하여 30개소의 일반산업단지와  5개 농공단지가 있다. 2024년 10월 기준 천북산업단지, 건천2산업단지, 강동산업단지, 구어2산업단지, 검단산업단지, 명계3산업단지 등 산업단지 내에 6개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위치하고 있다.

폐기물 업종 시설이 모여 있는, 특히 우려되는 곳은 북경주 지역의 안강읍이다. 지난 2022년 <환경오염 취약지역 주민환경권 보호 방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현장 사례 조사를 위해 경주시 안강읍을 처음 방문했다. 


경상북도에서 경주 위치 (출처: 경주시 홈페이지)
경주시 지도


경북 경주시 농촌마을에 일반 공업지역이 지정 된 때는 1976년이었다. 산업단지가 아닌 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난개발과 환경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되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 현장 방문 당시에도 2024년 다시 방문했을 때에도 공업지역 입구에서부터 매캐한 냄새, 하수구 냄새가 심하게 느껴졌다. 매연과 먼지가 많이 날리는 오래된 공장이 산 아래 계곡에 작은 하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고, 공업지역 내부 좁은 도로에 대형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공장이 모여 있는 위치가 산에 둘러싸여 있는 골짜기 지형이라서 산속에 갇힌 듯 냄새가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지형이다.


두류공업지역으로 들어가는 초입
산 안쪽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시설


지도를 보면 이제 이렇게 산으로 이렇게 쌓여져 있거든요. 냄새가 쌓여 가지고 뚫린 곳이 앞쪽으로 칠평천 있는 쪽으로 이렇게 열려져 있는 거죠.냄새가 그리 내려오는 거에요


1976년 일반공업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폐기물처리시설이 밀집되면서 폐기물 공단 처럼 변했다. 1990년대 초 폐유 재활용업체를 시작으로 폐유 재처리, 레미콘 공장, 폐 가스통 재활용업체, 의료폐기물소각장, 축산폐수처리업체 등이 뒤따라 들어섰다. 지난 2020년 경주시는 해당지역의 지속적인 악취 민원에 대한 발생원 정보를 확인하고 악취영향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 당시 공업지역 내 등록 업체 58개 사업장 중 휴업 등 비 조업 사업장 제외하고 43개 사업장이 조업 중이었다. 해당 지역에 사업장 숫자보다 주목해야 할 문제점은 폐기물처리시설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처리업체가 30여 곳에 달하고, 특히 지정폐기물 처리 관련 기업체가 19곳 입주해 있으며, 의료폐기물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소각하는 중간처분업체도 이곳에 있다. 


끊이지 않는  폐기물처리시설을 둘러싼 갈등

공업지역에 위치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이 증설을 추진하던 2019년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개최를 앞두고 경주와 대구의 환경단체는 소각시설 증설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북지역은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전국의 4% 내외 이지만 전체의 30%가량을 경북에서 소각하고 있다는 지역 불평등 문제와 함께 안강읍의 의료폐기물 처리가 전국에서 소각용량이 가장 큰 시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경주시의회도 폐기물처리시설 밀집에 대하여 우려를 밝힌 바 있다. 2019년 경주시의회는 전국적으로 30여 곳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있는데, 경북에 있는 10여 곳 중 경주시에 4곳이 위치하고 있으며, 전국 산업폐기물 발생량의 24%, 경북 지역 발생량의 40%를 경주시가 매립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곳에 산업폐기물 매립장 재허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두류공업지역 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두류공업지역 내 매립장 예정지


매립이 종료되어 가는 시설이 있어서 또 증설이나 추가 시설이 필요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경주가 생산해내는 폐기물은 여기에서 거의 10%도 채 안 될 정도로 다 외부에서 들어 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질문하는 것이 왜 경주가 그러면은 지금까지 많았었던 걸로도 충분한데 왜 지속적으로 폐기물 매립량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느냐 그건 사측의 변명이지 경주시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 그걸 감당해야 될 책임을 지면서 처리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되는 책임은 저는 없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행정소송 승소 후 행정심판으로 뒤집힌 결과

이런 상황에서 새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 매립장 중 한 곳이 이곳 두류리에 들어설 예정으로 최근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2023년 7월 사업계획서가 접수 된 이후 주민 72%가 반대 의견을 회신했지만 사업계획서 보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보완을 거치면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었다. 경주시는 주민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관내 발생량 대비 매립 용량이 과다하며, 하천 수질 오염과 주민 영향을 우려해 사업계획서에 대하여 부적합 통보를 내렸다.

이 매립장은 당초 2017년 부터 시도된 시설이다. 2017년 이미 경주시가 부적합 통보를 내렸고 이에 행정소송이 진행되었다. 당시 사업주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3심까지 기각되며 경주시가 승소했다. 

취소될 줄 알았던 매립장은 추진 신청업체가 두 차례 변경되면서 2023년 세번째 사업계획서가 접수되었다. 2024년 행정심판은 2019년 행정소송 결과를 뒤집고 시의 부적합 통보가 부당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경주시가 패소하면서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조건부 적합 통보가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행정심판에 대형 법무법인이 참여하면서 앞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행정심판 대응함에 있어 어려움이 예견된다.  


첫 번째 신청을 했을 때 경주시가 부적합 통보를 낸 게 그게 2017년입니다. 신청하고 그 해에 바로 그냥 한 두 달도 채 안 되어서 경주시가 부적합 통보를 내니까 이 사람들이 바로 이제 행정심판을 제기를 했는데 그게 기각이 된 거죠. 행정심판 기각되니까 또 행정소송으로 바로 갔어요. 바로 가서 1심 2심 대법원까지 갔어. 경주시의 부적합에 문제가 없는 걸로 판단이 나왔죠. 그러다가 22년도 지방선거 하고 난 이후에 2023년도에 이름 바꾸어서 다시 신청을 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까지 경주시가 이겼던 장소이고 뭔가 듀류공업 지역이 획기적으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그 행정심판을 넣어서 그게 이렇게 인용이 되리라는 저희는 생각을 못 했는 거죠. 행정심판 재결서에 보면 경주시가 제기한 주민 수용성 미확보는 법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딱 못을 박아요. 그래 놓고 사측이 주민 수용성을 위해 노력했는거는 또 친절하게 많은 분량에 걸쳐서 기술을 한거에요. (중략) 객관적이지 않은 사실들이 경상북도 행정심판 재결서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저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경상북도는 행정적인 책임은 그냥 위원회에 다 넘겨버리고 있는데 이 심의에 위원 누가 들어가 있는지는 안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이 재결서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죠.


자동차로 지날 때면 창문을 열 수도 없어

악취와 공해로 주민 민원과 갈등이 심각해진 이 곳은 2011년 이주가 결정되었다. 이곳 주민들은 500년 이상 전통을 유지해 오던 집성촌을 공업지역 인근 도로 건너에 이주 마을을 조성했다. 주민이 이주하고 나자 더 수월하게 폐기물처리시설의 증설, 신규시설 설치가 시도되면서 두류리 폐기물 처리업 밀집 공업지역은 인근 지역의 주민 악취 민원 지역, 신규 시설 갈등지역이 되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창문을 딱 열면 바로 닫아라고 얘기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대기 표지판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게 너무 참 문제인 거예요. 그 수치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 나오는데 사람은 가면 문제가 있어요. 차 창문을 열기도 곤란하고 그런데 그게 대기수치판에는 항상 문제가 없음으로 나와서 이게 누구를 위한 수치인지 …


악취 문제가 심각해지고 민원이 지속되자 2022년 5월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두류공업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고, 2022년 6 월 환경부가 주관하는 ‘광역단위 대기개선 공모사업’과 ‘토양지하수 지역현안 해결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지역 환경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악취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지역시민사회에서는 두류공업지역은 무엇보다 총량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해를 발생시키는 기업, 폐기물처리시설이 더 이상 입주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더 절실 하다고 제안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추가 매립장이 또 들어온다고 하니 주민들은 굉장히 좋은 문화유산을 가진 도시 경주가 그 좋은 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하며 과도한 폐기물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

농촌지역에 산업단지가 늘어가면서 함께 겪게 되는 산업폐기물처리시설 문제는 경주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농촌지역에서 유사한 패턴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규 허가된 산업단지에 사업장 가동률은 떨어져도 폐기물처리시설은 바로 가동되면서 산업단지 조성이 목적인지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목적인 산단 조성계획인지 의문을 가질 정도다. 


농촌마을에 걸려있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 현수막
갈등유발예상사업 사전고지조례 발의한 이강희 경주시의원


현재 검단산업단지는 활성화되어 있지를 않아요. 산단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데 이 폐기물 매립장만 벌써 매립량이 전체의 30% 정도가 됐고.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이제 자기들의 전체 매립량 중에서 40%를 지정 폐기물로 전환하고 싶다 이렇게 지금 현재 진행을 하고 있어요. 

산업폐기물 중에서 일반폐기물 톤 당 단가 4만 5천원이라고 하면 비교하면 지정폐기물 단가는 8만원인거에요. 단기 순이익이 49.5%인 사업자가 경영이 어려워서 지정폐기물로 전환한다고 한다니까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2024년 (재)아름다운가게의 지원을 받아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 강화를 위한 <웨이스트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은 폐기물 데이터와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한 갈등 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공개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에 국내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운영, 사후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지역을 방문하여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사례로 부터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자 현장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경상북도 경주시 갈등사례는 환경위험이 우려되는 시설에 대한 주민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 '경주시 갈등유발 예상사업 사전고지 조례'를 준비하고 계신 경주시의회 이강희 의원 께서 인터뷰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이강희 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