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등급 최하 등급 민간 매립장, 사용종료 후 안전관리는 누가?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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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제천시에 위치한 지정폐기물 매립장은 제천지방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지정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2003년 폐기물처리업 사업계획이 시작된 이후 변경과 보완을 거쳐 2005년에 폐기물처리업 허가신청서가 접수되었다. 이 허가신청서에 따르면 비산먼지, 악취 등 오염물질 확산 방지와 침출수 발생량 감소, 시각적 혐오감 완화 등 환경오염저감측면을 최대한 고려하여 지붕형 준호기성 관리형 위생매립 방식의 에어돔 구조로 설계되었다. 매립용량 약 17만 3천㎥, 매립기간은 15년으로 계획했다. 


매립장은 제천지방산업단지에 위치합니다. 매립장에서 2.5㎞ 이내에 377세대 아파트가 있고 아래쪽으로 20여 가구가 거주하는 마을이 있어요. 1산단 아래쪽에 미당천이 있고 하천 양쪽으로 주민들이 살고 있어요. 인접해서 4 산단이 추진 중에 있어요. 매립장은 약간 산 안쪽 골짜기처럼 안쪽에 숨어 있어요.

이 에어돔이라는게 바깥에서 공기를 쫙 불어갖고 일정한 압을 유지해서 매립장 지붕을 덮는 형태인데 간혹 가다가 이렇게 내려앉는 경우도 많아요. 강풍이라든지 뭐 이럴 때는 찢어질까 봐 일부러 압을 낮춰 가지고 내렸다가 그 다음 날 다시 공기 넣어 복구하는 방식이죠. 비오면 비 막는 우산 같은 거라서 침출수 처리 비용 아낄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에어돔 보다 차수시설이 중요한건데 차수시설이 찢어지면 에어돔이 무슨 소용이야.


15년 운영 계획이었던 매립장, 4년 만에 90% 이상 매립

허가 당시 15년 운영 계획이었던 매립장의 실제 매립은 2006년 부터 2010년 까지 4년 조금 넘게 진행되었다. 매립장은 2008년 법적기준 30% 이내 기준을 최대한 적용해 29.3%를 증설했다. 두 번의 변경 허가를 통해 허가 당시 보다 매립용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15년 운영 계획이던 매립장에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늘어난 매립용량의 90% 이상이 매립 되었다. 


2006년 1월 운영 개시 날 부터 인가 땡 치자 마자 반입이 시작되더라고. 놀라운 속도로. 그렇게 하다 2010년 5월 매립시설 사용 불가 통보가 내렸어요.

이 매립장 인허가 부터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요. 인허가 할 때 부터 2.5배~3배 정도 더 깊게 팠다. 처음 허가 용량보다 30% 증설이 가능하니까 이미 증설이 당연한 거 처럼. 그러고 나서 관리 감독 못하면서 일이 이만큼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15년 계획이던 매립장이 4년 만에 증설량의 90% 이상 매립했는데 2007년 제천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2006년 부터 2007년 까지 약 2년 동안 매립 용량의 60%를 매립한 걸로 나오더라구요. 나중에 매립용량이 변경되었기 때문에 이 비율은 정확치는 않은데 최초 허가 용량의 60%를 2년 만에 다 채워버린거죠. 


자연재난 대비 부족, 부실한 민간시설의 침출수 피해

매립장은 2006년 7월 집중호우로 인해 1차 붕괴, 2012년 폭설로 인해 2차로 에어돔이 무너졌다. 

1차 사고 이후 침출수 6만 톤이 쌓였고 침출수 처리에  2007년 말 부터 1년 여 시간이 걸렸다. 당시 침출수 처리는 제천하수처리장에서 연계처리했다. 


2006년 집중오후가 와서 산을 깎아서 만든 매립장에 빗물이 한쪽으로 몰아치면서 내려앉았다고 해요. 이때 민원이 엄청 났어요. 인근에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서 사람들이 매립장 있는지도 몰랐어. 근데 냄새가 나고 주변 공장 사람들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매스껍고 토가 나올 거 같아 점심도 못 먹고. 문을 못 열고 빨래도 밖에 못 널고 해서 시 홈페이지에 민원이 엄청 났죠.  

추정이 6만톤이라는데 이거를 시에서 하수처리장에서 연계 처리를 해줬어요. 사업장 폐기물을 왜 생활계 하수처리장에서 연계처리를 해주는지. 난 이게 이해가 안돼. 연계처리를 하려면 거기에 대한 비용이라도 제대로 받아야죠. 지정폐기물 매립장인데 일반 하수 비용 수준으로 받았다고. 

1차 사고가 2006년에 터졌는데 이걸 바로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이 문제로 사업주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하고 나서 부터 침출수 처리를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사고후 처리가 시작되기까지 시간 차이가 있어요. 


2차 에어돔 붕괴 당시에는 눈이 녹아 매립장으로 유입되면서 침출수가 지표면 부근까지 가득 차 기존 배수시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업체 측은 환경개선방안을 수립했지만 시설개선 없이 운영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지정폐기물 약 26만톤이 그대로 방치되었다. 

매립장은 1차,  2차 붕괴사고를 겪는 동안 비가 오면 빗물이 매립장으로 흘러들어 주변 환경을 오염시켰다. 침출수와 우수, 해빙수 등이 유출되면서 인근 약 60m까지 지하수가 오염되었고, 인근 미당천과 장평천으로 흘러들어가 물고기가 폐사하고 남한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설 상태가 최악인데 아무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거에요. 이 상태에서 침출수가 계속 밖으로 나온다고 우리가 성명 발표하고 하니까 환경청에서 조사해서 오염물질이 확인됐다고 하는거지. 

2012년 폭설로 무너지기 전에 상태가 쉽게 말해서 폐기물하고 침출수가 섞여서 늪처럼 되어 있는 상태야. 이건 차수막이 찢어졌구나. 최초로 이거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거에요. 누가 거기다가 물을 붓지 않는 이상 지표면까지 이미 만수위 20m까지 물이 찰 수가 없다고... 

2010년 시설 사용 불가 통보 사유 중에 뭐가 있냐 하면 침출수 집수정 있잖아요. 거기 포집공 포집관을 부적정으로 설치했다는 거였어요. 지하수 배제정이 오염됐다는 거는 이게 차수막이 훼손된거다 판단되는 상황인거죠.

폭설 때문에 일어난 사고 이후 빗물이 유입된 상태로 매립장이 방치 되고, 아래 과부하가 와서 차수벽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되었죠. 빗물을 배제하는 우수 배제 시설도 소규모로 지어서 빗물을 처리 할 수 없는 상태였죠.


부도 난 민간 폐기물 매립장 사후관리를 떠안은 지자체

매립장은 1차 붕괴 사고 이후 운영이 재개되었지만 행정명령과, 검찰수사 등 매립장 관리와 운영 상의 문제가 지속되었다.  2010년 폐기물 처리 시설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면서 2010년 사용 불가 통보를 받아 사실상 매립이 중단되었다. 이후 지하수 오염 등으로 개선명령이 수차례 내려졌고  2013년에는 사후관리보증금 미납으로 경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여기 매립장은 소유관계 변경도 많았고 복잡해요. 사업주부터 관계 공무원이 뇌물이랑 공금 횡령 등으로 수사도 받고 운영 자체가 힘들어지면서 경매로 나오면서 2011년 소유권이 변경되었어요. 그러다가 2차 사고가 발생했고요.


2차 붕괴 사고 이후 방치된 시설로 인해 환경피해가 계속되고 있었고, 2014년 환경부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매립장은 국가 재난 위험시설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분류되었다. E등급은 심각한 노후화 또는 손실이 발생하여 안전성에 위험이 큰 시설로 당장 사용이 금지되는 시설이다. 당시 정밀안전진단에서 매립장 내 침출수는 최대 12만t에 달해 사후 관리를 위해 막대한 비용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매립장은 민간시설이기때문에 국비는 지원이 어렵다는 정부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천시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폐쇄 절차가 지연되는 동안 지정폐기물은 방치된 채 오염이 지속되었다. 

폐기물매립장 주변 정밀조사용역으로 침출수 유입이 확인됨에 따라 사후관리이행보증금 2억 1천 만 원을 들여 안정화 사업 실시 설계가 진행되었다. 

이어서 2017년 제천시와 충청북도가 예산을 투입해 폐쇄절차에 들어갔다. 제천시와 원주지방환경청, 한국환경공단이 국비 50%와 지방비 50% 비율로 98억 원을 확보하여 차수벽을 설치하고 최종 복토, 침출수 처리시설 설치 등을 추진하게 되었다.

제천 왕암동 매립장 사례는 사후 관리를 세금으로 진행하면서 민간 매립시설을 부실하게 운영한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오염원을 해결하는 사례가 되었다.


매립장을 왜 국가가 안하고 민간이 하게 내버려두지? 그럼 그걸 철저하게 관리와 감독 통제를 해야 하는데 왜 통제를 못하지? 주민들이 처음 부터 하는 주장이 이거에요. 그런데 막상 사고 나면 왜 지자체가 다 하지?  

사고가 터지면 확실히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명확히 제대로 해야 된다구요. 지금은 안 그러니까 이게 폐기물 사업이 마치 노다지로 보이나봐.   


폐쇄된 제천 지정폐기물 매립장 현장조사
산속에 들판처럼 보이는 폐쇄된 매립장



폐쇄 후에도 계속되는 환경오염

두 번의 붕괴 사고와 부실하게 관리되던 매립장은 2016년 폐쇄 명령이 내려지고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2018년 시작되어 5년 넘게 진행된 폐쇄 공사는 2022년 마무리 되었지만 현재도 환경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2년 폐쇄 공사 당시 실시된 매립장 인근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8월 조사에서 페놀이 기준치의 670배에 달했고, 12월에는 기준치의 920배까지 치솟았다. 2023년 매립장 지하수공에서도 페놀과 염소가 기준치를 초과해서 검출되었고, 2024년에도 정밀안전진단이 진행되고 있다. 


폐쇄 공사를 한다고 했을 때 대대적으로 보도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걸 보고 주민들은 당연히 안정화 공사를 하니까 안정화가 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폐쇄 공사 이후에도 계속 독성 물질이 검출된다는 걸 보고 주민들이 농업에 종사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이렇게 된거죠.


매립장 폐쇄 이후에도 주변 지역 피해가 계속 되는 이유에 대해 매립장 폐쇄 과정을 취재한 단비뉴스 조벼리 기자는 오염도 저감 방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는 지하배제수 집수정을 폐쇄해야 한다고 했지만 매립장 폐쇄 공사 실시설계에는 누락되어 폐쇄 이후에도 오염된 집수정이 남아 있게 되었다. 게다가  예산에 맞춰 폐쇄를 추진하면서 차수벽이 매립장 깊이의 절반도 되지 않는 깊이로 암반 위 까지만 설치되었다. 결과적으로 오염된 집수정을 그대로 두고, 절반의 차수벽만 설치된 채 26만 톤 지정폐기물이 묻혀있는 매립장이 폐쇄되었다.

폐기물 매립장은 사용 종료 후 30년 동안 침출수 수위 2m 이하로 관리되어야 한다. 제천의 이 지정폐기물 매립장은 침출수 처리시설 운영비로 한 해에 약 5억 원, 30년 간 총 150 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 결과에 두 가지 오염 저감 방안이 나와요. 하나가 지하 배제수 집수정 오염이 우려되니 폐쇄해야 한다는 거. 그런데 공사 과정에 집수정 폐쇄 내용 자체가 담겨있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차수벽을 25m 하라고 나오는데 침출수 유출될 우려가 있는데 실제 공사는 150억 짜리 25m 1안 대신에 경제성이 좋다는 24억 짜리 2안으로 암반 위까지만 공사를 했거든요.


제천의 사례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관련된 제도 개선 과제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폐기물 영업구역의 제한과 사후관리보증금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인허가 당시에는 지역에 조성되는 산업단지의 폐기물 처리를 위해 조성된 매립장이 전국 폐기물을 받을 수 있어 계획 했던 기간보다 절반도 안되는 빠른 기간 안에 매립이 종료되는 문제. 그리고 사후관리 보증금을 미납할 정도의 부실한 사업자가 복구 책임을 지지 않고 부도가 나면서 오염이 방치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산업단지 조성하면서 폐기물 시설 필요하다고 만드는 거라면서 폐기물 처리시설 영업구역은 전국. 이러니까 웃기는 거야. 

매립장에서 사고가 나고 사후 관리 와중에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또는 파산한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이거를 세금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제천 매립장 처럼 사면 붕괴 같은 예상치 못한 환경 책임 비용 발생 시에는 개선 조치비용까지 반입 전에 다 내고 영업을 시작하라고.하는거죠. 책임 질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되지 못하면 폐기물처리업 못하도록. 우리나라처럼 보험으로 전체 예상 복구 비용의 10%, 20% 보험금 내다가 기업이 부도 나 버리면 이거 책임질 수 없는거에요. 현금으로 처음에 예치하고 영업을 시작하게 하는 해외 사례 참고할 만 한 거 같아요


특별히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지정폐기물 처리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시설 운영과 부실한 관리 감독이 불러온 환경오염은 고스란히 지역에 상처로 남았다. 그 피해를 회복시켜야 하는 부담은 세금으로 떠안게 되었고, 부담을 진다 하더라도 온전히 회복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역사회에 큰 상처로 남은 제천 지정폐기물 매립장은 피해 회복까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제천 지정폐기물 매립장 사고와 폐쇄 과정은 매립장 안전 관리와 책임 있는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뼈아픈 상처다.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2024년 (재)아름다운가게의 지원을 받아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 강화를 위한 <웨이스트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은 폐기물 데이터와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한 갈등 사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공개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에 국내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운영, 사후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지역을 방문하여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사례로 부터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자 현장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제천의 매립장 주변 지역 피해와 갈등사례는 폐쇄된 지정폐기물 매립장 문제를 심층취재한 단비뉴스 조벼리 님과 지역에서 꾸준히 감시 활동 펼쳐 온 제천환경운동연합 김진우님 께서 자료제공과 현장안내, 인터뷰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